[2020.6 전시리뷰] ‘검은 하늘 붉은 눈물’·‘우리가 그곳에 있었다’展 - 세대, 시대 막론…1980년은 끝났지만 오월광주는 지속된다 이달의 전시 들여다보기


세대, 시대 막론…1980년은 끝났지만 오월광주는 지속된다

‘검은 하늘 붉은 눈물’·‘우리가 그곳에 있었다’展
2020. 5. 6 ~ 6. 30 5·18기념문화센터· 오월미술관

1980년 5월 당시 시대를 대변하는 작품들부터 이를 겪지 않은 세대를 아우른 전시가 열렸다. 5·18기념문화센터와 오월미술관 두 곳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당시 그려진 걸개그림부터 최근 광주법원을 찾은 전두환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까지 세대, 시대를 막론하고 오월은 지속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드러내 의미가 깊다. 시각예술을 연구하는 민간단체 예술문화연구회가 2018년부터 3년여 동안 진행한 오월민중미술아카이브 사업으로 모은 오월미술 작품들과 관련 기록물 등을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었다.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검은 하늘 붉은 눈물’에서는 오월항쟁을 묘사한 판화와 회화, 당시 미술운동을 알 수 있는 각종 문서와 서적 등 기록물 등이 함께 전시됐다.

특히 1980년 5월에 그려진 걸개그림 <오월전사>가 시선을 압도했다. 작년 말에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전시장에서 열린 30년 간의 오월 아카이브전 ‘파란만장’에서는 걸개그림이 공개되긴 했지만 완전히 펴진 상태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실물을 그 자체로 들여다볼 수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이준석·이인제·정희승·하성흡 작가가 공동제작했다는 이 작품은 광주에 하나 남은 걸개그림이라고해 당시 그려졌을 많던 걸개그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잠시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 옆으로는 5·18을 겪은 이준석 작가가 광주의 오월을 예술로 승화시킨 <화엄광주>가 걸렸다. 열흘동안 피로 물든 현장과 오방색을 배경으로 운주사의 부처들을 차례로 배치한 화면구성을 통해 새 시대가 열리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드러났다.

오월항쟁 기간 전남도청 내부를 그린 정영창 작가의 <검은 하늘 그날>시리즈는 흑백의 대비를 이용해 당시 긴장감을 그대로 전달하고, 오월광주의 참상을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즈페터를 그린 <위르겐 힌즈페터>도 함께 전시됐다.

또 그동안 한 자리에서 보기 힘들었던 판화들이 전시장 벽을 대거 채웠다. 군인이 쏜 총이나 곤봉에 맞는 사람들, 화면 가득 흥건한 피를 흘리는 모습, 병원에 실려와 병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 등 대부분 당시 현장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비장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런 가운데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먹는 장면과 ‘오월 통일’이라는 깃발을 흔들며 춤을 추는 인물은 희망적이어서 다른 작품들과 대조를 이뤄 눈에 띄었다.

전시장 중간에는 1980~1990년대 이뤄진 민중미술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와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가 운영한 겨울미술학교 운영 내용이 담긴 문서들, 강연이 수록된 테이프가 함께 보여져 지루할틈 없이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오월을 겪은 작가들의 증언이 담긴 인터뷰 영상이 상여돼 1980년 5월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여기다 이 전시를 위해 새로 문을 연 오월미술관에서 열린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람들의 부채감과 분노가 표현된 미발표작들이 걸렸다.

이곳에서는 1980년 5월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의 작품들로 5·18이 시대를 막론하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천불천탑과 시대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 오월민주열사 들의 모습을 그린 최진우 작가의 <천불천탑>과 금남로와 전남도청 일대에서 일어난 1980년 5월 21일을 그린 하성흡 작가의 <1980.5.21 발포 후>, 전남도청 안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그린 김상집 광주전남6월항쟁 이사장의 <결사항전>을 만날 수 있었다.

전시장 계단 쪽 벽을 가득 채운 이준석 작가의 <가슴마다 꽃으로 피어있으라>는 현 시대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얼굴과 해바라기가 함께 화면을 이뤄 5·18기념문화센터에 걸린 <화엄광주>의 연작으로 보여졌다.


신문 콜라쥬 바탕에 계엄군에 짓밟히는 시민을 그린 최요한 작가의 <第五列]>와 5·18의 원흉인 전두환이 광주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했을 당시를 콜라쥬화한 박성완 작가의 <이거 왜 이래>, 계엄군에 다리를 잡혀 질질 끌려가는 시민을 화폭에 담은 박기태 작가의 <그날 정신의 무게까지는 끌어내지 못했다>, 들불야학 강학들과 투사회보를 만들어 배포했던 윤상원 열사를 부조로 나타낸 김광례 작가의 <아름다운 청년 윤상원> 등이 전시됐다.

1980년은 지났지만 오월광주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미술인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그린 작품들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였다.

5·18 40주기를 맞았지만 현재까지도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시대를 대변하며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해온 이들의 발자취를 전시로 만날 수 있어 다시 한 번 1980년 5월을 되새길 수 있었다.


위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28호(2020년 7월호) <전시리뷰>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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